내 마지막 청춘을 위해서. 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면 대학 안 가고 무조건 돈 벌 거야. 죽어라 일해서 돈 모으면 우리 아버지가 날려버린 할머니 한식당 내가 꼭 다시 차려줄 거야. 그 말인즉슨, 내 고등학교 시절은 내 마지막 학창 시절이고, 나는 아주아주 반짝이게 빛나야 한다는 말이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거다. 사랑이든, 밴드든, 내가 반짝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아빠가 나 때문에 다쳤다. 그 결과 엄마는 아빠의 생명의 은인이 되었다. 18살에 엄마를 몰랐던 아빠는 이제 엄마를 알게 되었고, 18살에 아빠를 짝사랑해 왔던 엄마는 이제 연결고리가 생겼다. 바로 나. 내가 바로 18살의 아빠, 엄마를 이어 줄 연결고리. 그리고 때마침 찾아온 기회. 최세경이라는 장애물이 사라진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축제 전까지 어떻게든 엄마, 아빠를 이어주고 어떻게든 아빠의 사고 날짜를 알아내서 어떻게든 아빠의 사고를 막아야 한다.
은결아, 이제 그만 네 인생을 살아. 내 인생은 내가 어떻게든 살아낼게. 가끔은 너도 현재를 즐겨봐. 나처럼 사랑도 해 봐, 나처럼. 나 때문에, 가족 때문에 아까운 네 청춘 낭비하지 말고 반짝일 수 있을 때 반짝여봐. 야, 심장이 뛰는 일을 해 봐. 그런다고 지구가 멸망하지 않는다.
알아 네가 세경이를 좋아한다는 거. 상관없어, 왜냐면... 네 마음의 주인은 너고,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니까. 그래도 친구는 될 수 있잖아. 혹시 내가 장애인이라 싫은 거라면 너는 개자식이고, 나는 침 뱉고 돌아서면 그만이니까. 거절해도 괜찮아. 우리,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정말 죽으려고 온 거야, 한국에? 근데 너 안 죽어. 너처럼 말 안 듣는 딸 낳아서 잘 살아. 아주 아름답고 우아하고 시크하게 늙어가. 그리고 한 소년의 운명을 바꿔놔. 내가 보고 왔어, 미래에서. 다들 그냥 살아. 의미를 붙여가면서, 의미를 찾아가면서. 정신 승리 오지게 하면서. 대단해지려고 너무 용쓸 필요 없어.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미 대단한 거니까. 그런데 혹시 모르잖아, 그리고 궁금하잖아. 아직 긁지 않은 복권 뒤에 어떤 행운이 숨어 있을지. 또 어떤 이야기들이 남 아 있을지. 그러니까 너도 축제 때까지는 살아. 왜냐하면, 내가 그날 겁나 멋있을 거거든.
포기해 줘, 제발. 막고 싶은 불행이 있어. 그런데 막을 방법을 몰랐어. 그런데 눈앞에 지푸라기가 보여. 잡아야지. 어떻게든 잡고 매달려 봐야 될 거 아니야.
나는 미래에서 왔어. 믿어줄 수 있어? 나는 미래에서 온 네 아들이고, 너는 내 아빠야. 믿을 수 있어? 나는 너의 미래를 알고, 너의 인생을 바꿀 방법을 알아냈어. 믿어져? 오늘 리허설에서 너는 사고를 당해. 그 사고로 너의 인생은 바뀌고, 나는 어떻게든 그 사고를 막아야만 하고. 그 사고를 막으면 너뿐만이 아니라 내 인생도 바뀌어. 나는, 나는 외로웠어. 가족들 모두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는데 나 혼자만 다른 세상에 고립된 것처럼 늘 외로웠다고. 그런데 너랑 같은 세상에서 살 기회가 생겼어. 잡고 싶어. 지금처럼 너랑 같이 음악을 하고, 내가 하는 음악을 너한테 들려주고 싶어. 나만 안전하다는 미안함에서, 나만 행복하면 안 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었다고.